대신학교 1학년 신학원론 시간에 쪽지 시험을 본 적이 있습니다.
시험 범위는 『가톨릭 교회 교리서』의 한 부분이었고,
여러 문항 가운데 “원죄 교리는 예수님께서 모든 사람의 구원자이시며,
모든 사람에게 구원이 필요하고,
그 구원은 그리스도의 은총으로 모든 사람에게 주어진다는
복음의 ○○이라고 말할 수 있다.”였습니다.
여러분도 맞혀 보세요! 정답은 ‘이면(裏面)’이었습니다.
그 당시에는 이것이 얼마나 중요한 말씀인지 깨닫지 못하였지만,
원죄론과 로마서를 배우고 나니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문제였습니다.
오늘 독서의 첫 구절을 출발점으로 하는 원죄 교리는,
인간 본성의 악함을 주장하는 것이라기보다는
누구에게나 구원이 필요하고 예수님께서
그 구원을 넘치도록 주셨다는 점을 강조합니다.
이 점이 바로 바오로 사도의 깨달음이었습니다.
그가 열렬한 바리사이였을 때에는 스스로 율법을 흠 없이 지키는
의인이라고 생각하였기에 자기를 구원해 주실 분을 찾지도 찾을 필요도 없었습니다.
하지만 지금 로마 신자들에게 편지를 쓰고 있는 바오로는
자신은 죄로부터 자유롭지 않다는 점을 잘 압니다(로마 7장, 금요일 독서 참조).
이 깨달음이 그와 하느님의 관계를 완전히 바꾸어 놓습니다.
하느님께서는 이제 나의 의로움을 당연히 갚아 주셔야 하는 분이 아니라,
거저 베푸시는 당신의 은총으로 나를 받아들이시는 분이십니다.
우리는 지상에서 천상을 향하여 나그네의 삶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80년이라는 인간의 수명은 당신께로 부르시는
그분의 부르심에 응답하기 위한 준비 기간이지요.
“허리에 띠를 매고 등불을 켜 놓고” 혼인 잔치에서 돌아오실
그분을 철저하게 신뢰하면서,
그분께서 당신 은총으로 우리를 받아 주시기를 간청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