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어머니와 내 형제들은
하느님의 말씀을 듣고 실행하는 이 사람들이다.”
얼핏 이 말씀은 예수님께서 당신 가족들을 멀리하시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에
많은 이가 의아하게 생각하곤 합니다.
그러나 이 말씀의 초점은 예수님께서
어머니와 형제들을 멀리하셨다는 데에 있는 것이 아니라
아버지의 말씀을 듣고 실행하는 이들을 새로운 가족으로,
형제로 삼으셨다는 데에 있습니다.
본당 사제의 가족이
본당 구역 안에 살고 있는 경우를 생각해 보면 이해가 쉬울 것입니다.
사제가 가족을 사랑하지 말아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본당 사목에 지장을 줄 정도로 신자들보다 가족에게 관심을 더 기울인다면
신자들에 대한 보편적 사랑에 장애가 되겠지요.
본인은 그렇지 않다 하더라도 신자들은 바로 그렇게 생각합니다.
가족이 아닌 일반 신자라 하더라도 특정한 사람들하고만
특별히 만나거나 환대하다 보면 다른 신자들이 불편해하는 것도 마찬가지이지요.
그래서 예수님과 성모님께서는 작은 가족 대신 한없이 큰 가족을 품으십니다.
예수님께서는 당신께서 구원하신 이들을
“형제라고 부르기를
부끄러워하지 않으시고”(히브 2,11) 그들과 하나가 되셨습니다.
십자가에서 예수님께서는 어머니께 제자를 맡겨 드리면서
“이 사람이 어머니의 아들입니다.”(요한 19,26) 하고 말씀하셨지요.
그래서 성모님께서는 외아들을 잃는 그 자리에서
모든 제자의 어머니가 되셨습니다.
당신을 따르려고 부모와 자녀를 버리는 이들에게도 예수님께서는
“형제와 자매와 어머니와 자녀”
(마르 10,30)를 백 배나 받을 것이라고 말씀하십니다.
핏줄로 맺어진 혈연관계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예수님을 따르는 영적 관계가 중요하다는 말씀이지요.
성직자나 수도자가 가족을 떠나는 것은 더 큰 사랑을 위해서,
모든 이를 향한 보편적 사랑을 위해서,
더 많은 이를 형제로 맞아들이기 위해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