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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화] ♡절름발이 발레리나♡

Berardus 2015. 8. 25. 08:31
 
 

 

 

절름발이 발레리나

 

로마에 살면서 개인 주택이나 공공 사무실의 청소부로 일하는 여자들 중에서

클라우디아 모포는 단연 눈에 띄었다.

무엇보다도 그녀는 나이가 가장 어리다는 점이 남달랐다.

 

어머니로부터 청소부 일을 '물려받았던'-적절한 표현인지 모르겠지만-

때는 겨우 막 열일곱 살이 되던 해였다.

국립 발레 학교에 정식으로 고용되어 청소부로 일하던

그녀의 어머니는 과부로 어렵사리 살다가 나이 어린 딸 하나만 남겨두고

유산 한푼도 남기지 못하고 죽었던 것이다.

살았을 적에 딸을 데리고 다니며 청소일을 했기 때문에

국립 발레 학교 관리인은 어머니를 여읜 그 소녀를 잘 알고 있었으므로

그 후임으로 자연히 그녀를 고용하였다.

 

어렸을 때부터 어머니를 따라다니며

발레 학교학생들이 장시간 연습을 계속하는 모습을 지켜 보면서,

녹음기에서 배경음악으로 흘러 나오는 발레곡을 들으면서

클라우디아는 자기도 발레를 하고 싶다는 남모르는 열정을 키우며 애태우곤 하였다.

발레춤에 대한 식을 줄 모르는 연모는 청소부라는 점에 이어

클라우디아가 가진 두 번째 특징이었다.

러니까 청소부치고 그렇게 세련된 취미가 있는 여성은

거의 없을 테니까 말이다.

 

세 번째로 꼽을 수 있는

이 로마 소녀의 특이점은 바로 절름발이라는 사실이었다.

-발레를 좋아하는 사람에겐 다시 없이 불행한 조건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놀랍게도 클라우디아는 발레를 포기하지 않았다.

그녀는 아무도 없는 곳에서 남몰래 춤을 추었다.

무용실 가까이에 있는 강당이 텅 비어 있게 되면 연습하는 학생들이 틀어 놓은

발레곡을 엿들을 수 있었으므로-

잠시 청소하는 것을 미루고서

거기에 맞추어 춤을 추곤했다.

절름거리며 볼품없이 추는 춤이었지만

 클라우디아는 모든 것을 잊고 춤에 몰두했다.

 

그날도 그녀는

아무도 몰래 혼자서 열심히 춤을 추고 있었다.

그때 우연히 교수 한 분이 텅 빈 강당에 들어와 괴상한 동작으로

절름거리며 춤을 추는 클라우디아를 보게 되었다.

디비노라는 교수였는데,

발레단의 연출자이자 이탈리아 최고 발레 교수였다.

 

그는 키도 훤칠하게 큰 데다가 미남이었으며,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지극히 친절한 사람이었다.

나이도 어린 청소부 아가씨가 우스꽝스런 몸짓으로나마

발레춤을 추어 보려고 애쓰는 것을 보자,

교수는 마음 속 깊이 동정심이 우러났다.

그는 당장 그녀의 처지를 속속들이 짐작할 수 있었다.-

여기 누구보다도 발레를 사랑하는 소녀가 있다.

그렇지만, 이 소녀는 비싼 등록금을 내면서

발레 학교에 다닐 만한 경제적인 여유도 없을 뿐더러,

신체적으로도 절름발이라는 극복하기 힘든 상태여서

가능성이 전혀 없어 보인다.

 어떤 교수가 자기를 지켜 본다는 것을 눈치챈 클라우디아는

그 자리에 얼어붙다시피 했다.

그녀는 자기가 천하에 다시 없는 웃음거리가 될

바보 짓을 하였다는 자책감으로 부들부들 떨었다.

 

뿐만 아니라 직무 태만을 이유로 당장 해고를 당할까 두려웠다.

마룻바닥이나 열심히 닦고 있어야 할 청소부가 정신 나간 신데렐라처럼

 춤을 추며 허튼 짓을 하다니.

 

", 교수 선생님, 제가 모, 몰랐어요. 그만 저 제정신이 아니었습니다."

그녀는 말도 제대로 할 수 없었다.

 

디비노 교수는 누구보다 이해심이 깊은 사람이었다.

그는 걱정과 염려로 떨고 있는 청소부 소녀에게 안심하라고 말하면서

무용 교습을 사사받지 않겠느냐는 제의까지 했다.

클라우디아는 물론 그러한 친절한 마음 씀씀이에 감격하여 몸둘 바를 몰랐다.

달리 어쩔 도리가 없었다.

 

그녀는 눈물이 그렁그렁한 눈으로 호소했다.

"하지만 교수님, 전 절름발이인 걸요. 전 결코 춤을 잘 추지 못할 거예요."

 

그녀의 말에 교수는 미소를 지을 따름이었다.

"그건 별 문제가 아니야. 네가 나의 가르침을 받고 최선을 다하기만 하면,

난 백 퍼센트 만족할 테니 말이다."

 

이렇게 해서 기묘하기 짝이 없는 모험은 시작되었다.

 -전 세계적으로 이름을 날리고 있는

발레 교수가 절름발이 청소부 소녀를 발레리나로 만들려 하고 있다니!

 

물론 처음부터 불가능한 일이라는 것은

 누구보다도 클라우디아 자신이 잘 알고 있었다.

불구인 자신의 추한 다리가 해낼 수 있는 일과 해낼 수 없는 일을

그녀는 너무도 잘 깨닫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디비노교수는

클라우디아를 훌륭한 발레리나로 만들기 위해 그렇게 장시간 씨름을 하면서도

전혀 개의치 않는 눈치였다.

이렇게 하여 몇 주, 몇 달이 지났다.

클라우디아는 노련한 교수의 가르침을 따라 열심히 발레를 연습하였다.

하지만 그녀는 아주 느리디느린 진보를 보일 뿐이었다.

그래도 교수의 넘치는 친절은 수그러들 줄 몰랐고 클라우디아의 마음 속에는

 저절로 감사의 정이 싹텄다.

 

몇 달이 지나고 몇 년이 되어도

디비노 교수의 따뜻한 보살핌은 여전하였다.

오로지 클라우디아가 잘 되기만을 바랄 뿐이었다.

결국 그녀는 놀라운 인내심과 이해심을 가진 교수와 사랑에 빠지게 되었다.

그녀와 같은 입장이라면 누구나 다 그러했으리라.

 교수는 말로는 이루 다 표현할 수 없을 정도의 다정다감함으로 그녀의 사랑에 화답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그렇게 유리한 조건에도 불구하고 클라우디아의 발레 솜씨는

 별 진전을 보이지 않았다.

절름발이라는 결점 때문에

 아무래도 발레에 대해 그녀가 바라는 모든 것이 거의 불가능한 꿈으로만 여겨졌다.

그렇지만 그녀는 발레리나가 되고 싶다는 소망을 도저히 버릴 수가 없었다.

일생에 단 한 번이라도 완벽한 춤을 출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마음대로 춤이 추어지지 않아

절망감이 밀려와 참기 힘들때면 그녀는 교수에게 속마음을 털어놓곤 했다.

그럴 때마다 교수는 부드럽게 미소지으며 위로하곤 했다.

 

"왜 그렇게 완벽하기만을 바라지?"

 

"교수님을 기쁘게 해드려고요."

 

그러면 교수는 그녀를 다정히 감싸 안아 주며 안심시키곤 했다.

 

"지금 이 상태로도 기쁜걸."

 

그 날도 그녀는

자신의 형편 없는 춤 솜씨 때문에 속상하다고 한마디 했다.

그런데 여느 때와 달리 교수는 심각한 얼굴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이는 그녀를 놀라게 했고, 생각을 바꾸어먹는 계기가 되었다.

 

"네가 영원히 춤을 추지 못하더라도 전혀 문제 될 것이 없단다,

 클라우디아. 내가 너를 사랑한다는 사실을 진정으로 믿기만 하면

그런 것은 그다지 신경 쓰이지 않을 텐데.

그렇게 생각하지 않니?

네 자신을 기쁘게 하려는 게 아니라,

나를 기쁘게 해 주기 위해서라면, 바로 내가 조금도 마음 쓰지 않는 것을 가지고

그렇게 고민할 필요가 없잖아.

절름발이라는 사실을 잊어버리렴.

나를 위해 춤을 추기만 하면 된다.

 네 자신이 만족스럽지 않을지도 모르겠지만,

나는 네가 최선을 다 하는 모습을 보는 것으로 대만족이니, 안심하렴."

 

이와 같은 현명한 충고는 하나의 전환점이 되었다.

그녀도 사랑하는 교수의 말씀을 곰곰이 생각하는 중에 깨닫는 바가 있었다.

, 지금까지 그녀는 자기도 모르게 자신의 형편 없는 춤이 교

수님을 언짢게하지나 않을까 심히 두려워했던 것이다.

이는 그녀의 신뢰와 사랑이 불완전하다는 증거였다.

또한 그녀는 디비노 교수의 입장에서는 생각해 보지도 않고,

자기 자신만의

 이기적인 만족감을 얻기 위해 어떻게든 완벽하기만을 고집했음을 깨달았다.

이러한 깨달음은 그녀의 삶의 방향을 바꾸는 일대 분수령이 되었든 것은 물론이다.

 

그 순간부터 그녀는

자신이 절뚝거린다는 사실에 대한 염려를 버렸다.

동시에 결코 위대한 발레리나가 될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가능성의 여지를 과감히 받아들였다.

그리고 이제는 오직

 디비노 교수가 가르쳐 주는 몸 동작을 따르는 데만 관심을 기울였다.

사랑하는 교수를 온전히 신뢰하며 그분의 두 팔에 온몸을

맡김으로써 그녀는 실로 금세 놀라운 진전을 보이기 시작했다.

 

클라우디아는 결국 어떻게 되었을까?

마침내 위대한 발레리나가 되었을까?

 이는 훌륭한 교수와 그의 절름발이 학생 양쪽 모두에게 불필요한 의문인 셈이다.

 왜냐하면 교수는 언제까지나 완벽한 춤이 아닌 그녀의

진실한 사랑만을 바랐기 때문이다.

 

그녀 역시 더이상 자신이 절름발이임을 개의치 않았으며,

아무리 형편 없이 춤을 추더라도 교수의 사랑은 변치 않을 것을 믿어 의심치 않았다.

참으로 중요한 것은 두 사람 사이에 피어난 위대한 사랑이었다.

둘이서 함께 춤을 출 때

 두 사람의 마음 속에는 이미 하늘나라가 다가와 있었다.

 

사랑 안에는 두려움이 없습니다.

오히려 완전한 사랑은 두려움을 내쫓습니다.

두려움은 벌을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두려워하는 이는 사랑에 완전하지 못합니다.

-1요한 4,18-

 

그리스도인은 자신의 영적 발달 상태에 대해 너무 안달하면 안 된다.

 일단 올바른 방향을 잡고서,

어떤 희생을 감수하고서라도 그 길을 가겠다는 결심이 섰으면,

그 발걸음과 여정을 하느님께 전적으로 맡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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